50. 공명

한국푸드닥터소개/한형선박사 칼럼

50. 공명

한국푸드닥터 2023. 12. 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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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푸드닥터 칼럼 _ "공명"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이 음악은 200여년 전 오스트리아의 어느 시골마을 신부가 예수탄생이라는 연극을 감상하고 나서 한밤중에 연극 장면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시를 쓰듯이 쓴 노랫말에 곡을 부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고요한밤 거룩한 밤’은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이맘때쯤 되면 가장 많이 부르고 듣는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찬양 중의 하나가 되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애창하는 노래나 글을 보면 우리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림이 일어나고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노랫말을 쓴 사람의 마음이나 분위기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든 무생물이든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물체는 자기만의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상하좌우로 ‘들썩들썩’, ‘왔다갔다’, ‘흔들흔들’, ‘빙글빙글’ , ‘쿵짝쿵짝’ 진동하고 리듬에 맞추어 춤추고 노래하고 있다. 비록 우리는 그 소리를 귀로 들을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어도 마음으로 느낀다.

중년을 넘긴 많은 사람들이 4분의 4박자 트로트 음악에 자기도 모르게 흥이나 어깨를 들썩이기도 하고 가사 말을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고 눈시울을 붉힌다. 수년전부터 불던 한류열풍의 진동주파수에 가수 싸이는 ‘강남스타일’ 이라는 노래로 전 세계인의 몸과 마음을 들썩이게 하면서 대한민국의 진동수를 한층 증폭시켰다.

진동수가 정확히 일치하는 두 개의 소리굽쇠를 세워 놓고 하나의 소리굽쇠를 울리면 또 다른 소리굽쇠는 때리지 않아도 진동을 시작하게 되며 점차 진동의 폭이 커지면서 소리도 커지게 된다. 이처럼 각각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박자리듬(진동수)과 또 다른 외부가 가지고 있는 동일한 진동수가 만나 그 움직임이 크게 증폭되는 현상을 공명현상이라고 하며 우리말로 ‘껴울림’ 이라고 한다.

라디오나 TV의 내부회로가 가지고 있는 진동수를 방송국의 전파 진동수와 일치시키기 위하여 주파수나 채널을 맞추는 것도 공명이며, 음식물 속에 포함되어 있는 물 분자에 마이크로파를 방출해 음식 속의 물 분자를 큰 폭으로 진동시킴으로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음식물의 온도를 높이게 하는 전자레인지 또한 공명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1940년 11월 7일 190km/h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 해협의 현수교(Suspension Bridge)다리가 풍속 70km/h정도의 약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무너진 것이나, 2011년 건물이 상하로 흔들려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던 서울 광진구에 있는 테크노마트 건물사건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명현상은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움직임(진동)이나 미세한 에너지까지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크게 증폭될 수 있는 불가사의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혼자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고통의 늪에서, 난치성 질환으로 죽음을 앞둔 생과사의 기로에서 삶의 진동이 꺼져갈 때, 약하지만 스스로 만들어내는 강하고 긍정적인 삶의 진동과 가족, 이웃이 함께하는 진동이 만나 공명을 일으키게 되면 생명력이 증폭되면서 기적을 일으킨다. 같은 생각과 같은 소리가 만나면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좋다는 말보다 힘들고 어렵다는 말을 더 많이 했던 2023년 한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2024년에는 혹여 힘겹고 삶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는 일이 생길지라도 우리 모두 같은 마음으로 어깨동무하고 소리내어 외쳐보자. 으랏차차! 으샤! 살만한 세상이라고 좋은 일만 생기라고 나부터 시작한 작은 외침이 많은 사람에게 공명을 일으켜 정말 살기 좋고 행복한 세상으로 증폭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