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푸드닥터 칼럼] 미생물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
우리 몸에는 내가 아니면서 나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는 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다.
우리 몸에는 내가 아니면서 나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는 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다.
바로 미생물이다. 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수는 100조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내가 내 몸의 주인이라 말하기 조금 미안해지는 대목이다.
사람은 음식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모든 소화 효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장 내에 들어온 음식물이 소화 흡수될 수 있도록 숙성과 발효시켜주는 것이 바로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이외에도 비타민, 항생 물질, 호르몬 등 우리 인체에 필요한 여러 유익 물질을 생산해 공급한다. 유해균을 억제하면서 면역세포의 주 활동 무대인 장 점막을 보수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 또한 미생물이 하는 일이다.
♣ 미생물이 하는 일
실제 우리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생명 활동을 미생물이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자기가 사는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듦으로써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주인공이 바로 미생물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어째 미생물이 이 집의 주인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이란 주인이 따로 있는 집(몸)에 잠시 얹혀사는 하숙생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런데 미생물을 못살게 구는 ‘갑질’은 어째 하숙생(사람)이 더 하는 것 같다.
방부제가 섞인 음식, 식이섬유(미생물의 먹이)가 없는 인스턴트식품, 항생제가 포함된 화학약품 등 미생물을 힘들게 하는 먹을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넣는 것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엄청난 수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지만 처음부터 미생물이 몸 안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의 양수는 단 한 마리의 미생물도 살지 않는 무균 상태다. 그렇다면 미생물은 언제 최초로 우리 몸에 들어왔을까?
그것은 태아가 출생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태아가 엄마의 자궁 입구에서부터 약 10cm의 산도를 따라 나오면서 미끈한 점막을 지나는데, 이때 미생물이 엄마에서 태아에게로 전달된다. 사람이 미생물을 받아들이는 최초의 순간이다.
신비로운 사실은 출산이 임박하면 산도에 있는 미생물의 종류와 수가 현저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유익한 최적의 미생물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이때 전달되는 미생물은 주로 모유를 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생산하는 미생물과 아기의 1차 면역을 담당하는 것들이다. 최근 제왕절개 출산 비율이 높아지면서 1차 면역 물질을 받을 기회를 놓치는 아이가 많아지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어 2차 미생물은 모유 수유를 통해 받는다.
놀라운 점은 어머니의 모유에 아기의 건강을 위한 영양 성분만 들어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이다. 아이에게 전혀 소화·흡수되지 않는 올리고당도 포함돼 있다. 왜 그럴까. 올리고당은 아기의 몸에서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양분을 제공한다. 이 같은 생명의 신비를 보면 자연의 섭리가 정말 놀랍다.
♣ 제왕절개 안타까운 이유
인간의 탄생 과정에서 자연의 섭리가 이럴진대 우리는 평소 먹는 음식이나 건강관리에서 미생물에 대한 배려를 얼마나 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주름진 피부를 젊게 하기 위해서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노화를 막을 수 있을까? 노화든 질병이든 그 80%는 장 건강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장을 어떻게 건강하게 관리하느냐가 보톡스를 맞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젊게 사는 비법’이 될 수 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장은 우리 몸 면역 시스템의 총사령탑이다.
뇌의 지배를 받지 않고 스스로 필요한 것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을 배출하는 등 대부분의 생명 활동을 결정할 수 있는 똑똑한 장기다. 그러한 장이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가 바로 장 내에 살고 있는 유익한 미생물이다.
소장과 대장의 미생물들은 점막에 포진한 면역 세포와도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소화·흡수를 돕고 장 점막도 튼튼하게 해준다. 이외에도 비타민, 항생 물질, 호르몬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상당수의 물질을 생산하고 공급한다.
우리에게 광고로 유명한 메치니코프는 장 내 유산균을 연구해 1908년 노벨상을 받았다. 소장과 대장에 사는 좋은 균이 유해균을 억제하면 장이 깨끗해지고 면역이 증강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이다. 그는 핏줄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사람을 늙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유산균이 해로운 세균을 없애주면 핏줄이 딱딱해지지 않아 코카서스 지방 사람들처럼 장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유산균의 한 종류인 불가리아 균을 마시며 평생 건강을 지켰다고 한다.
메치니코프 이후 수많은 연구를 통해 현대 의학은 장내 유산균이 장 건강 이외에도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현재는 장 내 미생물을 ‘제3의 장기’라고 부를 정도로 그 역할과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연구 자료에 따르면 현대인의 장 내부에 유익한 미생물 비율이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또 유해한 미생물 수가 늘어나면서 유익균과 유해균 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이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들에 따르면 장 내 미생물총의 불균형과 파괴가 대장 질환을 넘어 알레르기, 암, 치매, 자가면역질환, 심지어는 비만과도 관련성이 있다고 한다.
유익 미생물의 수가 줄어든 이유는 항생제, 제산제, 진통소염제, 식품에 첨가된 방부제 등 각종 화학물질이 유익한 미생물이 살기 힘든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 건강, 장 점막에 달렸다!
세계 최초로 대장 내시경을 통해 장에 생겨난 폴립(용종)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일본의 대장전문의 신야 히로미. 그는 수많은 환자의 장 상태를 검사하면서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장상(장의 상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이나 심지어는 남아 있는 수명까지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육식이나 인스턴트식품, 화학적으로 만든 의약품을 오랫동안 먹어온 사람들은 장의 노화가 진행돼 장점막세포에 균열이 가고 깨져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무방비 상태로 체내로 흡수되는 소위 ‘LGS 증후군’을 보이기 쉽다고 한다. LGS 증후군은 ‘새는 장 증후군(Leaky Gut Syndrom)’을 말한다. 장 점막의 구조가 느슨해져 해로운 물질이 무방비로 체내에 흡수돼 자가면역질환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들 장에는 무너진 장 점막을 보수해 조밀하게 만들어주고 장 점막을 코팅하는 뮤신을 만드는 일꾼인 유익한 미생물들(락토바실러스, 비피더스균 등)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 있다. 반대로 엔테로 박테리아 등 유해 미생물 수는 늘어나 장 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서 장의 노화와 건강 이상이 급속도로 진행된다.
DNA를 분석하면 건강 상태와 질병 등 생로병사의 비밀을 예측하고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되는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의 몸속에 있는 미생물 군락의 종류와 개체 수 등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성장 과정에서 나타날 건강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체와 미생물의 상호협력 관계는 정말 끝이 없다.
[관련 영상자료도 참고하세요!] 장 내 미생물과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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