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과일] 탐스러운 자태와 새콤달콤한 맛으로 여름철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 자두를 만나보자.
‘여름과일’이라면 흔히들 수박과 참외를 떠올리지, 자두를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생산량만 놓고 보면 자두는 주요 작물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자두 생산량은 5만257t인데 이는 전체 과실 생산량(210만9490t)의 2.3%를 차지한다. 하지만 맛과 영양, 오랜 재배역사를 따졌을 때 자두는 무엇 하나 뒤처지지 않는다. 탐스러운 자태와 새콤달콤한 맛으로 여름철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 자두를 만나보자.
◆자두 이야기=‘자주색 열매가 복숭아를 닮았다’는 뜻의 ‘자도(紫桃)’에서 유래한 자두. 신라시대부터 재배됐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까닭에 ‘오얏(李)’을 비롯해 다양하게 불려왔다. 강원과 충북에선 ‘고야’, 함경도에선 ‘놀’, 평안도와 황해도에선 ‘왜지’, 경남에선 ‘풍개’ 등 방언만 30개가 넘는다. 그만큼 우리에겐 친숙한 과일이다.
자두는 세계적으로 30여종이 있지만 널리 재배되는 것은 2종이다. 황색이나 진홍색을 띠는 동양계(Prunus salicina)와 자색이나 흑색을 띠는 유럽계(Prunus domestica)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동양계를 재배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대표 품종은 조생종 <대석>, 중생종 <포모사(후무사)>, 만생종 <추희>다.
6월 하순이 제철인 <대석>은 짙은 빨간색에 과육이 부드럽고 새콤달콤한 것이 특징이다. 7월 중순에 나오는 <포모사>는 <대석>보다 30~50%가량 크다. 속은 옅은 노란색으로 과즙이 풍부하다. 9월 상순에 출하되는 <추희>는 복숭아 정도의 크기로 단단하면서 당도가 높다. 권정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는 “만생종일수록 과일이 익는 기간이 길어 당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수박자두’라고 불리는 <솔담>도 있다. 겉은 푸르지만 속은 수박처럼 빨개서 붙여진 이름이다. <솔담>과 함께 8월초에 출하되는 <피자두>는 겉과 속이 모두 빨간 것이 특징이다. 근래엔 자두와 살구 교잡종 과일 ‘플럼코트’ 신품종이 속속 육성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플럼코트는 6월 하순과 7월 초순에 출하된다.
①심혈관질환 예방=칼륨의 주요 공급원인 자두를 꾸준히 먹으면 고혈압·뇌졸중·심장병 등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다. 국가표준식품성분표(2021년)에 따르면 칼륨 함유량은 자두 100g 기준 176㎎ 수준이다. 2017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칼륨이 풍부한 식단은 고콜레스테롤 식단을 섭취한 쥐의 동맥경화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대만 타이중 종합병원 소속 연구진은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4주간 매일같이 자두주스를 마시게 했다. 실험 결과 환자들에게서 동맥경화 주범인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 호주 울런공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도 폴리페놀 등 자두에 함유된 항산화 물질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②혈당조절 도움=자두는 혈당조절에도 효과적이다. 김천대 식품영양학과 김광옥 교수팀이 흰쥐 46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사료에 들어간 자두 함유량에 따라 공복혈당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당뇨병이 유발된 쥐 가운데 고농도의 자두 농축액이 함유된 사료를 6주간 먹은 그룹에서 공복혈당이 166㎎/㎗로 관측됐다. 이는 일반 사료를 먹은 그룹(233㎎/㎗)과 저농도 자두 농축액이 들어간 사료를 먹은 그룹(174㎎/㎗)보다 가장 낮게 나타난 것이다.
최근 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알려주는 당화혈색소도 6.7%로 일반 사료 그룹(8.2%), 저농도 사료그룹(7.1%)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았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르면 당화혈색소 수치가 6.5% 이상인 경우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김광옥 교수는 “자두에 풍부한 파이토케미컬(식물성 화학물질)인 폴리페놀은 높은 항산화 능력과 항염증 효과가 있다”며 “자두처럼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된 식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당뇨병과 그 합병증의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③다이어트 간식=자두는 100g 기준 44㎉인 저칼로리 식품이다. 지방 함량도 낮기 때문에 체중조절 중인 이들에게 건강한 간식이 될 수 있다. 학술지 ‘비만과 치료학 저널’에 2017년 실린 연구에 따르면 자두를 먹으면 포만감을 쉽게 느껴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식욕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자두는 또 건강한 장내 박테리아의 성장을 촉진해 영양소 흡수와 독소 제거에 효과가 있다.
④천연 변비약=변비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면 자두를 가까이 하자. 식이섬유가 풍부해 꾸준히 먹으면 변비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자두에서 씨를 제거해 말린 ‘프룬(Prune)’은 서양에서 오래 전부터 ‘천연 변비약’으로 사용돼왔다. 우리가 아는 과즙이 풍부한 자두(Plum)와 달리 끈적하고 쫄깃하며 단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배변을 촉진하고 수분 흡수를 돕는 당 알코올 ‘소르비톨’이 풍부하다. 2014년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의대 연구진이 국제 의학저널 ‘AP&T’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프룬은 변비약 핵심성분인 차전자피(Psylilum)보다 증상 개선에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룬 주산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지만 국내에서도 2014년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프레지던트>, <슈가>, <스위트산> 등 품종을 재배해 생산하고 있다.
⑤골밀도 강화=자두엔 뼈건강의 중요한 영양소인 비타민 K가 있다. 일본 식품 표준 성분표(2020년)에 따르면 생자두의 비타민 K 함유량은 100g기준 20㎍가량이다. 자두를 말리면 이 수치가 4배 이상 뛴다. 건자두에 있는 비타민 K 함유량은 92㎍이다.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이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프룬 50g을 꾸준히 먹으면 엉덩이·정강이 뼈가 튼튼해져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갱년기 여성 235명에게 1년 동안 매일 자두 5~6개씩을 먹게 한 결과다.
⑥여성 호르몬 촉진=폐경기(완경기)에 접어든 여성들은 여성호르몬 결핍으로 안면홍조·식은땀 등 증상을 겪는다. 자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농도를 높이는 ‘보론(붕소)’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 대한폐경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폐경(완경) 여성을 위한 식사 10계명’에 따르면 붕소를 하루 3㎎만 섭취해도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현저히 증가하는데, 말린 자두엔 100㎎당 보론 25.5㎎이 들어 있다. 매일 자두 한개씩만 먹어도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⑦눈 건강=자두 껍질엔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눈의 피로를 개선하고 시력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야맹증 예방에 좋은 비타민 A도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자두는 말리는 과정에서 비타민 A가 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두 고를 땐 이렇게=열매 끝이 뾰족하면서 붉은색이 선명한 것을 고르는 게 좋다. 특유의 달콤한 향이 강하게 날수록 먹기 좋게 익었다는 뜻이다. 자두는 저장성이 좋지 않아 쉽게 무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고를 때부터 적당히 딱딱한 것을 구매하는 게 현명하다. 자두 표면을 보면 하얀 가루가 묻어 있다. 잔류농약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는 과육에서 나온 당분이니 안심해도 된다.
덜 익은 자두는 상온에 두면 금방 익는다. 밀폐용기에 넣어 2~3℃ 사이 온도에서 냉장 보관해야 오래 즐길 수 있다. 권정현 농업연구사는 “과종에 따라 다르지만 자두에선 과일이 숙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에틸렌 가스가 발생해 다른 과일의 숙성을 촉진시킬 수 있다"며 “냉장고에 다른 과일이나 채소와 분리해 개별 포장해서 보관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은=간혹 자두를 먹을 때 실수로 씨앗을 삼키는 이들이 있다. 식도가 손상되거나 최악의 경우엔 질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씨앗엔 소량이지만 ‘아미그달린’ 성분이 있다. 시안화합물의 일종인 아미그달린은 장내 효소와 결합하면서 식중독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자두가 신장기능 강화에 좋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만성 신장병 환자라면 자두를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칼륨 함량이 높아 칼륨 배설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겐 되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농민신문 https://media.naver.com/press/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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