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선박사의 건강 칼럼/한국푸드닥터] 음식이 약이 되는 원리
1) 식물의 생존 전략
동물들은 더우면 시원한 곳으로, 추우면 따뜻한 곳으로 몸을 피해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식물은 태어난 자리에서 꼼짝없이 자라야 한다. 햇빛의 양이나 온도, 기후, 바람, 습도 등이 각기 다른 환경에서 각자 주어진 조건에 적응하면서 생존해야 하는 것이 식물들의 운명이다. 이렇듯 주어진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식물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생존 기술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유의 생존 전략이 식물의 특성이 되고 이러한 특성이 우리 몸에 들어와 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음식이 약이 되는 원리는 사실상 자연의 원리 속에 있다. 음식의 재료가 되는 식물들의 특성을 알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식재료들이 어떻게 약으로 우리 몸에 작용하는지 치유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2) 사막에 사는 알로에의 특성
사막에 사는 알로에의 생존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 사막은 물이 없고 햇볕이 뜨거운 지역이다. 그래서 사막에 사는 알로에와 선인장 같은 식물은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없이는 살 수가 없다. 또 뜨거운 태양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다. 자체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성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 들을 통해 우리는 알로에가 수분 저장 능력이 뛰어나고 햇볕에 강한 식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이 있는 알로에는 속에 열이 많고 수분이 부족하여 만성 변비증을 보이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단, 장이 냉하여 묽은 변을 누거나 설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장을 차갑게 만들어 좋지 않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화상이나 햇볕에 탄 피부를 진정시키고 자외선을 차단하는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다. 멜라닌 색소를 억제하여 미백 효과에 좋고 보습 효과도 뛰어나다.
알로에의 효능
건조하고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자라는 알로에는 수분을 저장하고 열을 식히는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열이 많은 사람 들의 변비나 햇볕에 그을려 들뜬 피부의 진정에 도움이 된다.
3) 습한 기운을 내보내는 버섯
버섯은 주로 햇빛이 들지 않고 축축한 곳에서 잘 자란다. 만져보면 부드럽고 촉촉하다. 하지만 햇볕에 내놓으면 나무토막처럼 딱딱해지고 곧 부서질 듯이 금방 말라 버린다. 다른 식물보다 훨씬 빨리 건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바로 버섯이 축축한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습한 기운을 바깥으로 버리는 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겉모습만 본다면 촉촉한 성질로 보이지만, 버섯의 진짜 본성은 습한 기운을 없애고 건조해지려는 성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버섯은 몸에 습한 기운이 많고 비만한 사람이나 다이어트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장마철이나 습도가 높아 불쾌 지수가 높은 날, 몸이 묵직하고 처질 때 버섯으로 만든 요리를 생각했다면 이미 건강을 향한 지혜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겉모습만으로 버섯의 특성을 판단했다면 어떨까? 아마도 버섯을 올바르게 이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버섯의 효능
보드랍고 촉촉한 버섯은 주로 습한 지역에서 자란 다. 항암 작용이 높은 베타글루칸과 아미노산, 미네랄 등이 풍부하여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등 각종 성인병 치료에 좋다.
4) 막힌 것을 뚫는 미나리
이번에는 미나리를 살펴보자. 미나리와 연근처럼 물가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은 물을 버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물을 적게 저장하기 위해 속이 비어 있으며 물을 자꾸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 그러니 물만 먹어도 몸이 붓거나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사람들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미나리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차가운 물 속에서 사는 식물들은 대체로 자신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한 정유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몸이 냉한 사람이나 어혈이 많아 순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미나리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매운탕을 끓일 때 미나리를 넣으면 국물 맛이 더 시원하게 느껴지고 먹고 나서 땀 이 잘 나는 것도 바로 미나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성질 때문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미나리처럼 물가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대개 동적이고 에너지가 활발한 남성적인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남성적 특징 중 또 하나는 바로 막힌 것을 뚫으려는 성질이다. 물가에 사는 버드나무도 이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미나리의 효능
대표적인 수생식물. 간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작용이 뛰어나 간 기능 개선, 숙취와 구토 완화 등에 효과가 있고. 해열, 혈압 강하, 배에 물이 차는 복수나 부종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5) 버드나무에서 온 아스피린
옛날 우리 선조들은 버드나무 잎을 늘 갖추어두고 몸살 초기에 차로 마시거나 끓인 물로 입을 헹구어 치주염 치료에 사용했다. 또한 이순신 장군이 1572년 무과 시험을 치르던 중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는데 이때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다친 다리를 싸매고 시험을 마쳤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실제 버드나무 껍질에는 땀을 잘 나오게 해서 열을 내리고 염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덩어리진 피(어혈)를 없애 혈액을 맑게 하는 작용도 한다.
우리가 해열진통제나 항염증, 항류머티즘 약으로 흔히 사용하는 약 아스피린은 바로 이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을 화학적으로 개발하여 만든 약품이다. 혈전을 용해하는 기능 때문에 심장병이나 뇌졸중 예방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버드나무 가지’를 한자로 버들 유(柳) 자를 써서 유지(柳枝)라고 하는데, 이 유지가 변해서 ‘요지’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낀 음식물을 빼는 도구인 요지가 치아 건강에 좋은 버드나무 가지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버드나무를 잘 활용한다면 부작용 없이 합성 의약품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버드나무의 효능
버드나무에 있는 살리신은 아스피린과 유사한 작용으로 감기와 몸살로 인한 발열, 통증과 고혈압, 치통, 타박상,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다. 또한 소변이 나 땀이 잘 배출되지 않을 때 도움을 준다.
6) 소금을 이기는 해조류
바닷속에서 자라나는 해조류의 생존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김, 미 역, 다시마, 파래 등의 해조류는 물속에서 자라기에, 육지 식물보다 햇빛을 받기가 쉽지 않다. 광합성에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그래서 이러한 환경적인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해조류는 자체 내에 훨씬 더 많은 엽록소(주성분 : 마그네슘)를 함유하고 있다. 육지 식물보다 마그네슘 함량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
바다에서 살아가려면 또한 소금을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짠 바닷물 속에서는 소금을 물리치는 능력이 없이는 생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해조류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칼륨이나 갯벌 생물에 많이 들어 있는 타 우린 등은 소금을 이기기 위해 바다 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성분이다. 특히 해조류의 이 같은 특성을 잘 활용하면 고혈압처럼 과다한 염분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칼륨이나 마그네슘, 엽록소 부족으로 생기는 심장 질환, 근육 질환, 정신 질환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된장국이나 김치찌개 등 염분이 많은 음식을 조리할 때 다시마를 우려낸 육수에 바지락 몇 개를 넣고 끓이면 맛과 영양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다시마와 바지락이 불필요한 소금(나트륨)을 배출하는 작용을 돕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들도 부담 없이 음식을 즐길 수 있다.
7) 설렁탕 먹을 때 깍두기가 좋은 이유
식물은 태양을 향해 자라는 잎채소와 딱딱한 땅을 뚫고 자라는 뿌리채소로 구분할 수 있다. 한여름에 자라나는 케일과 상추처럼 잎이 크고 넓은 식물은 냉한 성질이 있어 햇빛을 받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반면 태양을 보지 않고 땅을 향해 자라는 뿌리채소는 따뜻하고 에너지가 넘쳐, 막힌 것을 보면 뚫고 나가려 하는 활동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뿌리채소인 무는 뭉친 것을 풀어내고 막힌 것을 뚫는 동적인 힘이 강하다. 생선회를 먹을 때 무채를 깔거나 생선조림을 할 때 무를 넣으면 시원한 맛(맛이 쉽게 퍼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설렁탕처럼 걸쭉한 음식을 먹을 때 김치보다 깍두기가 좋은 것은 어쩌면 이 같은 무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자연스러운 어울림이다.
민들레 뿌리나 도라지는 피를 맑게 하고 멍울을 없애는 작용을 하며, 칡뿌리(갈근)는 땀구멍을 열어 몸에 나쁜 기운이 밖으로 배출되도록 돕는다. 이러한 성미를 이용하여 종기나 젖몸살, 감기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먹는 음식이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먹는 음식이 건강뿐 아니라 성격이나 체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같은 채소류라도 성격이 급하고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을 가진 사람(양인)은 잎채소가 더 적당하고, 성격이 느리고 피가 탁하여 순환 장애가 있는 사람(음인)은 뿌리채소가 더 좋다. 소위 체질에 맞는 음식에 관한 이론도 이 같은 식물의 생존 원리와 특징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삼을 재배하는 밭은 주로 북향으로 검은색 그늘 차양을 쳐놓았다. 햇빛을 가려놓았으니 인삼이 냉한 성질의 식물일 것이라고 추측한다면 이는 틀린 답이다. ‘인삼이 얼마나 열이 많은 식물이면 햇볕을 가려놓았을까’라고 볼 수 있어야 인삼을 올바로 아는 것이다. 자라는 환경 만 보고도 인삼이 열을 많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강한 식물일 것이라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식물이 자라나는 지역이나 형태를 보고서도 대략적인 식물의 성미를 유추할 수 있다. 음식의 재료가 되는 자연의 원리를 제대로 알고 이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의 건강을 지켜나가는 데에도 더 효과적이고 지혜로운 방법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관련 푸드닥터 영상자료] 음식 건강 이야기 제 1강 시작
푸드닥터 한형선 박사의 음식 건강 이야기를 시작 합니다_"질병의 마침표, 음식 속에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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