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푸드닥터 칼럼] 어떻게 했기에 위장이 이렇게 망가진 것일까?_소에게서 배우다
위장병이 계속 재발한다면
저는 소화에 자신이 없어요. 항상 가슴이 답답하고 트림, 구역질이 나고 속이 쓰려서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습니다. 평소 무기력과 피로감을 자주 느끼고, 잠을 자려고 해도 쓸데없는 걱정으로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편입니다.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역류성 식도염’,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약을 먹어도 그때뿐이고 정말 힘듭니다. 저 같은 사람한테 좋은 음식은 없을까요?
약국을 찾은 한 환자의 이야기다. 위장 장애를 호소하고 있는 이 환자는 역류성 식도염, 위염, 장상피화생 등 여러 가지 위장병이 한꺼번에 생겨 고생하고 있었다. 더구나 약을 먹어도 증상만 잠시 가라앉을 뿐 치료가 안 되고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상태였다.
어떻게 했기에 위장이 이렇게 망가진 것일까? 위장이 하는 일과 소화 과정을 자세히 알아보고 위장을 돕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도 살펴보자.
속 쓰림과 신트림은 왜 생기는 것일까?
위장은 식도와 창자 사이를 이어주는 주머니 모양의 장기다. 우리 몸 안에서 왼쪽으로 살짝 치우쳐 자리하고 있다. 위장의 입구는 식도와 연결되어 있는데, 음식물이 내려올 때만 잠시 열리고 내려온 음식물이 다시 역류하지 않도록 잘 만들어진 문처럼 설계되어 있다.
입을 통해 음식물이 위 안으로 들어오면 위 안에서 엄청난 소화액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것이 위산이다. 위장에서 분비되는 위산은 강한 산성을 띤다. 피부에 묻으면 피부가 타버릴 정도로 강하다. 위장 내부는 특수한 갑옷을 입고 있어서 위산이 아무리 쏟아져 나와도 위벽은 원칙적으로 손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화액이 위장 바깥쪽으로 흘러나온다면 장기 내벽이 손상을 입게 된다.
그렇다면 위 사례의 환자가 느끼는 속 쓰림이나 가슴 답답증, 신트림 같은 증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위액이 지나치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를 위산과다증이라고 한다. 위산과다증이 있는 경우 소화가 가장 활발한 시기인 식후 1~3시간 사이에 위 압박감이나 속 쓰림, 산성 트림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속 쓰림 증상에 쓰이는 약은 위산 분비를 줄이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속 쓰림과 식도 역류 증상이 항상 위산 과다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위산 분비가 적은 위산 저하증 환자들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위산 저하증 환자의 경우 위산의 분비가 부족하다 보니 소화력이 떨어진다. 소화력이 떨어진 상태로 위장이 계속 일을 하다 보면 위장 입구 괄약근인 부문의 힘이 떨어지고 압력이 약해져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 식도가 역류한 위산에 자극을 받아 상처와 염증 이 생기면서 역류성 식도염이 나타난다. 대부분 속 쓰림이나 신트림, 목에 이물질이 걸린 듯한 느낌, 목소리의 변화,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한다.
위산 저하증으로 인해 속 쓰림을 겪는 이들에게는 위산 분비를 줄이 는 것이 아니라 위산 분비가 잘되도록 하여 소화가 빨리 진행되도록 돕는 일이 필요하다. 속 쓰림, 신트림 등 증상은 같지만 처방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소화 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보면 중년을 넘어서면서 위산 저하증이 확연히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흔히들 “젊어서는 한두 그릇 뚝딱 해치웠는데 이제는 소화가 자신 없고 조금만 많이 먹어도 속이 부대낀다”라고 말한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위산 분비가 줄어들면서 소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과식하지 말고 소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어 위장의 일을 덜어주어야 한다.
위액
염산과 뮤신 및 각종 소화 효소가 들어 있으며 무색투명하다. 한번 식사 때에 500~700mL의 위액이
분비된다.
위산과다증
위액의 산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로 과산증이라고도 한다. 식후 1~3시간 사이에 위 압박감이 나 속 쓰림, 산성 트림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위산저하증
위산 분비가 적어지면서 소화력이 떨어지고, 속 쓰림, 역류성 식도염 등이 생기기도 한다.
‘꼭꼭 씹어라’ 잔소리하는 이유
이런저런 이유로 소화 능력이 떨어질 때 위장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아마 어린 시절 밥상 앞에서 “꼭꼭 씹어 먹어라” 하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정답이다.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 안에 넣고 씹기 시작하면 침이 섞여 나와 밥을 잘 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때 침은 단지 음식물을 섞는 윤활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침 속에는 음식물을 분해하고 소화 작용을 하는 여러 가지 효소들이 들어 있다. 음식속에 섞여 들어오는 박테리아나 오염 물질을 분해하고 살균 작용을 하는 효소(라이소자임)도 있다. 특히 밥에 있는 탄수화물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아밀라아제)는 위장에는 없고 침 속에만 존재한다.
위는 음식물 중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효소는 분비하나 탄수화물(밥)을 소화시킬 효소는 분비하지 않는다. 그러니 밥을 먹으면서 입에서 대충 씹어 넘긴다면 나머지 일은 전적으로 위와 장에 떠넘기게 되는 것이다. 위와 장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장에서 음식물을 제대로 숙성시키고 소화하지 못하면 결국 그 찌꺼기는 독소로 변하고 우리 몸 안에서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만다.
소의 위가 4개인 이유
소가 풀을 뜯어 먹거나 여물을 먹는 모습을 보면 입에 서서 침을 유난히 줄줄 흘리면서 씹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의 침은 인간의 침과 달라 아무런 효소도 들어 있지 않다. 오로지 거친 음식을 잘 씹어 먹기 위한 윤활제로 작용한다.
소는 4개의 위를 가지고 있다. 각각 저장, 발효, 분쇄, 소화의 분업화를 볼 수 있다. 첫 번째 위는 들어온 풀죽을 적당한 온도에서 숙성시켜서 식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효소를 통해 어느 정도 분해하는 일을 한다. 이를 다시 끄집어내서 씹고 삼키고, 다시 끄집어내서 씹고 삼키는 일이 두 번째 위, 세 번째 위에서 반복된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숙성된 음식물이 네 번째 위에 들어가면 비로소 소화 효소가 분비되며 본격적인 소화가 이루어진다. 네 번째 위에 와서 야 대량으로 증식된 미생물을 포함하여 단백질의 소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사실상 이 네 번째 위가 위의 본래 역할을 하는 것이고, 다른 3개의 위는 식도가 변형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소가 1, 2, 3번째 위에서 하는 일을 사람은 입에서 한 번에 하고 있다. 소는 인간보다 소화 효소가 적다. 그래서 식물이 가지고 있는 자체 소화 효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여러 번 되씹고 숙성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소화 효소를 아껴라.
우리 인체에는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분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소화 효소도 무한하지 않다. 평생에 쓸 소화 효소의 양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니 평소 소화 효소를 아낄 수 있도록 입 안에서 여러 번 꼭꼭 씹어 위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음식이 가지고 있는 자체 소화 효소를 최대한 이용하여 소화를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바로 소에게서 배워야 할 부분이다.
어른들이 왜 그렇게 밥상 앞에서 “꼭꼭 씹어 먹어라” 하고 잔소리를 하셨을까? 그 잔소리에 이러한 소화의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이 건강하여 효소 분비나 위장 운동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입안에서 씹는 작용이 중요한데,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는 어떨까? 특히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첫 번째로 해줘야 할 일은 바로 소화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다. 소화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으면서 음식을 섭취하고 영양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만이 몸이 질병 회복과 치유에 전력을 다 할 수 있다.
[관련 영상자료도 참고하세요] 위장질환은 쌓으면 무너지는 바닷가 모래성, 오미구상, 입(혀)은 즐기기만 하고 위에다 일만시키면 위장은 망가진다. 입이 도와 주어야 위장은 회복된다. 위장에 일을 줄여주자 : 소식, 꼭꼭, 천천히 위장은 단맛, 따뜻한 맛, 노란색 음식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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